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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zo] 게임에서는 소리도 나오고 있었다.
05182010 : 사내 컨퍼런스에서의 발표

지난달 말에 사내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했었다. 이런 거 안 하는 성격이라고 하기엔 애매하긴 하지만, 사실 그렇게 말을 많이하는 편도 아니고, 나서기를 좋아하는 편도 아니기 때문에, 그 나름대로는 이런 식의 발표를 지원해서 했다는 것 자체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이런저런 여러 상황이 겹쳐서 발표를 하도록 유도했다고는 하지만.

작년 말에 있었던 KGC를 본 후, 생각난 주제도 있긴 했지만, 지금 회사에서 사내 발표를 하기엔 그리 좋은 내용이 아니라서, 그것과는 완전히 반대 관점에서 접근하는 형태로 접근을 해봤다. 대안 없이 국내 게임 음악계의 환경이 열악하다고만 이야기하는 그 상황이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았었다. 열악하다면 게임 개발, 그 자체가 모두 열악할 뿐, 딱히 게임 사운드만 더 열악한 경우는 잘 없었다. 게임 사운드에 대한 대우가 안 좋은 회사는, 그 이외의 파트라고 해서 딱히 더 대우가 좋은 경우는 없었기 때문. 그런 상황에서, 무작정 게임 사운드에 대한 지원이 더 좋아져야 하며, 스탭을 많이 뽑아야만 한다는 식의 이야기는 그리 매력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현재 게임 사운드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더 지원을 해줘야한다는 식 보다는, 게임 사운드에 대한 지원이 좋아졌을 때 나올 수 있는 효과들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만 했다. 단지 지원이 좋아지면 좋은 소리들이 나오게 된다는 것만으로는 마음을 움직이게 하기 힘들다. 그런 측면에서, 이런저런 시행 착오들를 언급하면서, 개발 초기부터 사운드 스탭들이 관여하게 되었을 경우, 나올 수 있는 긍정적인 변화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이렇게 극적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에, 개발사들은 사운드 스탭을 뽑는 것에 인색하지 말라는 것. KGC 같은 공개 컨퍼런스에서 이야기해보고 싶었던 주제였다.

하지만, 사내 컨퍼런스라면 그 내용은 그리 의미가 없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운드 스탭이 있는 회사였기 때문이었다. 세계적인 기준에서 보더라도 25명(에서 조금 더 들어올 여지도 있고)이라는 인원은 상당한 규모라 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앞에서 언급했던 주제는 대상과 맞지 않는다. 그래서 KGC에서 해볼 법했던 주제와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을 해야만 했으며, 그렇게해서 나온 게 다수의 사운드 스탭이 있는 회사에서 게임 만드는 방법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제는 게임들이 3D에 대형화가 기본이다 보니, 자체 사운드 스탭이 없으면 제대로 게임을 만들어가는 것 자체가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이렇게 자체 스탭들이 전담하면서 자리 잡게 된 역사가 그리 길지는 않다. 그렇다 보니 정작 자체 사운드 스탭과 같이 게임을 만들어 본 경험을 가지고 있는 이가 의외로 많지 않다. 사운드에 관한 부분을 모두 외주로 빼서 별도로 처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외주로 사운드를 처리하는 경우와, 사운드 스탭이 초기부터 작업을 같이 하는 경우는 프로세스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외주로 사운드를 빼지 않는 경우, 어떻게 해야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사운드 디자인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 바로 이번 발표의 핵심이었다. 사운드 스탭과 같이 작업하는 경험이 부족한 덕분에 나오게 된 이런저런 시행착오들을 각 파트별로 연계하여 설명하면서, 각각에 대한 해결책, 그리고 전체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으로 발표를 끝냈었다. 파트는 게임 사운드이긴 했지만, 게임 사운드 개발자들 보다는, 그 이외의 파트들을 대상으로하는 내용이었다. '게임 사운드를 이렇게 만들자' 같은 내용이라기 보다는, '이러이러한 관점으로 개발을 하게 되면 좋은 사운드가 나오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식의 방법론이었다.

프로그래밍 관점에서 보자면.. 요즘 개발 관련 컨퍼런스에서 언급하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은 Zynga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 수 있겠다. Zynga의 이런저런 빅 히트 게임들은 기본적으로 facebook이란 플랫폼에 종속되어 있는 구조로, facebook의 풍부한 인적자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인기를 얻고 있었다. Facebook의 플랫폼 구조를 파악하여,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한 결과물인 셈. 하지만, 승승장구로만 이어질 것 같던 Zynga의 이런저런 게임들은 최근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딱히 하락세로 가야만 할 이유가 없었다. Zynga 컨텐츠 자체의 퀄리티는 더 좋아졌다면 좋아졌지, 문제가 생길 만한 여지는 없었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Facebook 자체의 리뉴얼과 정책 변화가 그 원인이었다. 친구 등록에도 제한이 생기고, 레이아웃과 push 알림 관련 사항들의 필터가 바뀌면서 Zynga 스타일의 게임들이 피해를 보게 된 것.

게임 사운드가 이에 해당한다. 플랫폼의 특성을 잘 파악하여, 원하는 사운드들을 그 특성에 맞게 효과적으로 잘 배치하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하지만, 사운드 개발자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는 형태로 플랫폼 그 자체가 바뀌어버리면, 기존에 적용되었던 사운드 전체에 큰 영향이 가게 되며, 이는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사운드와는 전혀 상관 없을 것 같은 항목에 대한 변화라고 생각했던 것들도 결국에는 사운드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사운드가 완전히 나중에 들어가는 외주 개발 방식이었다면, 개발 도중의 플랫폼 변화는 그리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초기부터 사운드 구상을 같이하게 되는 경우라면, 개발 도중의 사양 변화는 게임 사운드에 있어서는 전체에 영향을 주기도 하므로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

프로그래밍 이외에도, 프로젝트 매니징이라던가, 이펙트 제작 방향, 캐릭터 애니메이션에 대한 방향성, 혹은 기획 전반적인 부분들에 대한 내용도 있긴 했지만, 현재 개발 진행중인 프로젝트의 내부 이야기가 많으므로 언급은 생략. 창세기전이라던가 Seal, 어둠의 전설 등에서 발생한 문제들에 대한 언급도 있긴 했지만, 딱히 공개할 만한 내용은 아닌 것 같고.

그 이외에는 음압에 관한 내용을 덧붙였었다. 과도한 사운드 증폭 경쟁으로 인하여, 각각의 소리들이 너무 다이나믹해졌는데, 이것은 미래를 생각하지 않은 것이며, 전체를 보지 못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했다. 사운드를 체크할 때, 너무 싱글 사운드 위주로 하나하나의 퀄리티에 집착하다 보면, 모든 소리들이 나올 때의 밸런스가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순간이 아니라 흐름을 봐야만 하며,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고려해야하는 것이 사운드 밸런스. 이는 기획자가 겪기 쉬운 문제 중 하나였다. 약한 것을 참지 못하는 기획자의 인식이 문제라면 문제. 처음부터 너무 강하게 소리를 잡게 되면, 그 이후에 나올 더욱 강한 기술들에 대한 소리를 만들기는 어렵다. MMORPG의 경우에는 혼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므로, 여러명이 비슷한 타이밍에 그 기술을 쓰거나 하는 경우도 모두 고려할 수는 있어야 한다. 웨이브 파일 만 하나씩 들어보면서 사운드를 체크하는 식은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아주 위험한 방법인 셈.

그리하여, 결론을 꺼내보자면, 사운드 그 자체의 퀄리티를 높이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좋은 소리들이 의도한대로 나올 수 있는 환경이 먼저 구축되는 것. 그러한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이런저런 개발자들은 사운드를 생각하면서 각자의 파트 업무를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게임에서는 소리도 나오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reply(1)

Abbeyroad0705 051910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특히 '약한 것을 참지 못하는 기획자의 인식' 에 대한부분에서 정말 공감이 가네요 ^^ 게임회사에서 사운드파트에 일하고 있는 입장에서 많은 도움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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